청소년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야기가 바로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요"라는 고민입니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 자존감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겪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립니다. 그 감정이 건강하게 흘러가면 괜찮지만, 통제되지 못한 감정기복은 우울감, 분노, 자기혐오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등학생 내담자들과의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기복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시험 스트레스’, ‘관계 문제’, ‘낮은 자존감’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대처법을 소개합니다.

1. 시험: 완벽하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상담실에서 만난 고2 여학생 A양은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수면장애와 감정폭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말했습니다.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해요. 하나만 틀려도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실패 =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시험 결과에 따라 기분이 극도로 오르내리고, 스스로를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성적’이 아닌 ‘노력 과정’을 함께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감정일지나 자기 칭찬일기 작성 같은 방법을 통해 감정 변화를 스스로 관찰하고 정리하도록 돕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2. 관계: 또래 사이의 갈등이 감정을 흔든다
상담에서 고등학생들이 자주 언급하는 감정기복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친구와의 갈등’입니다. B군은 평소 조용하고 착한 학생이었지만, 친구와 다툰 이후 학교를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친구가 절 왕따시키는 것 같아요. 혼자 남는 게 너무 무서워요.”
이럴 땐 “누가 맞고 누가 틀렸냐”보다 “그 상황에서 네 감정은 어땠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안전하게 표현하고, 공감받는 경험이 회복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친구는 바뀔 수 있는 변수’이며, 나의 가치는 타인의 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자기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3. 자존감: 감정을 조절하는 바탕이 무너질 때
고3 여학생 C양은 상담 중 “저는요, 그냥 저라는 사람이 싫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외모, 성적,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나는 쓸모없어”라는 자기비난으로 빠지곤 했습니다.
저는 C양과 함께 ‘내가 잘한 것 3가지’를 매일 적어보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적던 아이가 한 달 뒤, “이젠 저도 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힘은 ‘자기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자존감이 낮은 아이일수록 “넌 괜찮아”라는 말보다는 “그럴 수 있어.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해”와 같은 공감 기반의 언어가 더 효과적입니다.
결론: 요약
고등학생의 감정기복은 단순한 사춘기 반응이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 자존감 등 복합적인 심리 요소가 작용하는 중요한 정서적 신호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저는 늘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감정이 요동친다는 건, 지금 너의 내면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안전하게 표현하고, 이해받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역할입니다. 흔들리는 감정 뒤에는 항상 이야기되지 않은 진심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다시 스스로를 다잡는 힘을 찾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