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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10대 우울증 (소통, 관심, 변화)

by dear82 2025. 10. 29.

매주 부모님들을 만나며 듣는 말이 “얘가 요즘 예전 같지가 않아요.” “말을 안 해요. 방에만 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변화를 보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무력감을 호소합니다. 10대의 우울증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자주 ‘모른 채’ 지나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말투, 눈빛, SNS 글귀, 사소한 일상 행동 안에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 상담사로서 제가 만난 수많은 10대와 부모의 사례를 바탕으로, 소통, 관심, 변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10대 우울증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부모가 알아야 할 10대 우울증 (소통, 관심, 변화)/ 여러가지 색깔이 얽혀있는 이미지 사진

1. 소통 : “왜 그래?”가 아닌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E양은 상담 초기, 3회기 동안 단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실 의자에 앉아 있긴 했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대답은 대부분 “몰라요.”였습니다. 부모님은 초조했습니다. “도대체 왜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물어봐도 아무 대답이 없어요.” 하지만 상담을 이어가며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자, E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맨날 ‘왜 그러냐’, ‘뭐가 문제냐’고 물어요. 근데 그걸 내가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냥 힘들다고 말하면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이 아이의 말은 상담실에 오는 대부분의 10대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은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만, 아이는 ‘공감’을 원합니다. 10대들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보다는 표정, 행동,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종종 이렇게 조언합니다. “부모가 말을 걸지 않아도, 표정으로 이미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논리보다 ‘존재감’을 통해 안정됩니다. “왜 그러냐?” 대신, “요즘 힘들어 보이네.” “괜찮아. 그냥 옆에 있을게.”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힘이 됩니다. 소통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허락해주는 것이 진짜 대화의 시작입니다.

2. 관심 :  “내가 널 믿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세요

상담실에서 만난 F군은 부모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오히려 숨이 막힌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제 걱정한다면서, 제가 친구랑 어디 갔는지, 몇 시에 잤는지, 왜 공부 안 했는지를 하루에도 열 번씩 물어요. 그게 너무 부담돼요.” 부모님은 “아들이 무기력해 보여서 도와주고 싶었다”고 하셨지만, F군에게는 그게 통제처럼 느껴졌습니다.

10대 시기의 우울은 ‘자율성’과 ‘통제’의 충돌에서 자주 비롯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불안 때문에 간섭하게 됩니다. 그러나 진짜 관심은 ‘간섭’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존재적 관찰’입니다.

부모님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아이를 직접 통제하려 하지 말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안전하게 기다려주세요.” 예를 들어, “공부는 왜 안 해?” → “요즘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네. 혹시 무슨 일 있었어?” “휴대폰 좀 내려놔!” → “요즘 친구들이랑 많이 연락하나 봐. 무슨 얘기하는 거야?” 관찰이 담긴 말은 방어심보다 신뢰감을 줍니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기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너 요즘 상담받아볼래?”보다 “요즘 네가 힘들어 보여서, 같이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어. 같이 가볼까?”처럼 선택권을 주는 말투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3. 변화 : “예전과 달라졌다면, 이미 신호가 시작된 겁니다.”

10대의 우울증은 한 번에 폭발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에 틀어박히는 아이’로 드러납니다. G양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평소 성실하고 명랑했던 아이였지만, 2학년이 되면서 점점 식욕이 떨어지고, 학교에서 자주 조퇴했습니다. 부모님은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상담 첫날 G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보다 잘하는 것 같아요. 그냥 사라지고 싶어요.”

부모님은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웃고 있으니까 괜찮은 줄 알았어요.” 상담사로서 저는 항상 말씀드립니다. “밥, 잠, 표정, 말투가 달라졌다면 이미 신호가 시작된 겁니다.” 청소년의 우울은 감정보다 ‘행동의 변화’로 먼저 드러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면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식습관 변화, 수면 변화, 학교 결석이나 성적 저하, 친구 단절, 예민함, SNS 글귀의 부정적 표현 등. 이런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 아닌 ‘이해’로 반응하는 태도입니다. “왜 그러냐”보다는 “요즘 네가 힘들어 보여서 걱정돼.” “엄마가 네 옆에 있을게.”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살아갈 이유를 회복시키는 언어가 됩니다.

결론: 요약

10대의 우울증은 부모가 일상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병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늘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신호를 보냅니다. 말이 줄고, 눈빛이 흐려지고, 행동이 달라질 때  그것은 이미 마음의 경고입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해결이 아닙니다. 그저 곁에 있는 것,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감정을 대신 정리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의 우울은 ‘부모가 부족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단지 지금 그 마음이 너무 벅차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것뿐입니다. 제가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내 이야기를 그냥 들어줬을 때, 진짜 안심이 됐어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안전한 사람입니다. 부모의 공감과 기다림이야말로 10대 우울증 회복의 가장 큰 치료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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