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심리치료를 실제로 현장에서 진행하는 상담사로서, 저는 매일 식물 앞에서 사람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지켜봅니다. 식물은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이 글에서는 상담사이자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왜 식물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지, 그리고 자연치유, 감정 반응, 몰입의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 경험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자연치유 – 식물은 마음의 온도를 낮춰줍니다
상담실에서 종종 만나는 내담자 중에는 불안과 과호흡, 긴장감으로 가득한 분들이 계십니다. 아무리 좋은 질문을 던져도,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하시고 말이 잘 안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화분을 꺼내고 흙을 손에 쥐는 순간, 어깨가 서서히 내려가는 게 눈에 보입니다. 저는 그걸 “심리적 체온이 내려간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식물은 인간의 ‘자연 회귀 본능’을 자극합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정서가 불안해지죠.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알파파가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논문에서 입증된 사실입니다. 저 역시 직접 체감합니다. 말보다 흙, 질문보다 물주기가 먼저 마음을 열어주는 도구가 됩니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제 공방에서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자연과 접속된다는 감정을 갖습니다. 나무를 만지고, 향을 맡고, 손으로 심는 이 모든 활동이 그 사람의 긴장된 자율신경계를 진정시켜주는 걸 보면서, 식물은 말 없는 치료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서반응 –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우울증을 겪는 청년 한 분은 저와 몇 주 동안 한 마디도 진심 어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말라가는 식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 친구는 나 같네요.”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3주간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었습니다.
식물은 정서를 투영하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시든 잎에 슬퍼하고, 새순에 설레는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닙니다. 이것은 '정서 반응'이며, 원예심리치료의 핵심 작용 원리 중 하나입니다. 언어가 아닌 활동과 관찰을 통해 감정을 외부로 끌어내는 힘이 식물에게는 있어요.
식물을 돌본다는 건, 책임감을 갖고 누군가를 보살피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식물에 물을 주면서 “얘가 나 기다릴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때 저는 눈물이 핑 돌 때가 많습니다. 그 말 속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싶다”는 간절한 감정이 담겨 있으니까요.
몰입 – 식물과 함께 있을 때, 나도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돼요
요즘 내담자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는 집중이 안 되는 것,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끊임없는 스마트폰 알림, 비교, 자책, 미래 불안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식물 앞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고, 손이 식물의 잎사귀를 따라가고, 물주기의 템포에 맞춰 사고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저는 이것이 '자연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중증 불안장애로 손을 떨던 내담자가 분갈이 활동에 몰입하던 중, 손 떨림이 멈춘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 지금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냥 이 흙 냄새만 나요.”라고 말했을 때, 저는 진짜 회복의 순간을 보았습니다.
몰입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심리 안정 상태 중 하나입니다. 식물은 그것을 훈련 없이,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이 인간의 행복과 가장 관련이 깊다고 말했죠. 저 역시 상담사로서 그 말을 매일 체험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해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소중한 회복의 감각입니다.
심리 상담은 반드시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손으로 하는 작업, 식물과의 교감, 무언가를 돌보는 경험이 오히려 마음을 더 크게 움직입니다. 저는 상담사이자 원예치료사로서, 식물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내면의 회복을 위한 작은 정원’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의 마음이 지쳤다면, 복잡한 대화보다 작은 화분 하나에서 시작해보세요. 매일 물을 주며 관찰하는 그 행위 속에서, 나를 돌보는 연습이 시작됩니다. 식물은 당신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언제든 조용히 기다려줍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당신의 마음도 조금씩 회복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