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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심리치료란? (정의, 원리, 적용 분야)

by dear82 2025. 10. 31.

저는 시골의 작은 식물공방에서 원예심리치료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식물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는 이 일을 하면서, 단순히 예쁜 식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제 삶의 큰 보람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담사이자 실무자의 관점에서 원예심리치료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효과와 실제 적용되는 장면들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원예심리치료란? (정의, 원리, 적용 분야) / 두 손안에 담긴 흙속에 작은 새싹이 있는 사진

정의: 원예심리치료란, 제 경험으로는요

많은 분들이 “식물 키우는 게 뭐가 치료야?”라고 물으세요. 그러나 식물은 말은 없지만, 사람을 치유하는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예심리치료는 단순한 정원 가꾸기가 아닙니다. 정서적, 심리적 치유를 목적으로 식물과의 상호작용을 구조화된 형태로 설계하여 진행하는 전문 치료입니다.

저는 상담 장면에서 종종 말을 아끼는 내담자들을 만나곤 합니다. 어떤 청소년은 내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아요. 그런데 흙을 만지게 하고, 직접 식물에 물을 주고, 작은 씨앗을 심는 활동을 유도하면, 표정이 서서히 풀리고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입니다. ‘작은 생명을 살린다’는 경험은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 매우 강력한 감정적 자극이 되죠.

실제로 저희 공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우울증, 불안장애, 번아웃을 겪는 청년층부터, 감정조절이 어려운 청소년,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이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분들께 맞춰져 있어요. 이들이 식물과 교감하며 자신을 다시 돌보기 시작할 때, 그것이 진짜 치료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리: 식물이 마음에 닿는 방식

저는 식물에게는 일종의 ‘무조건적인 수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우리가 어떤 기분이든,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고 묵묵히 자랍니다. 그리고 그 성장을 눈앞에서 보게 되면, 사람은 ‘나도 다시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원예심리치료는 ‘행동’이 먼저 일어나는 치료입니다. 말을 꺼내는 게 어려운 사람도, 씨앗을 심고 화분을 닦고, 물을 주는 일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어요.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식물은 ‘반응’이라는 피드백을 주며 관계감을 회복하게 도와줍니다. 실제로 어떤 내담자는 “이 식물이 나 없으면 죽잖아요. 그래서 살아야겠어요.”라고 하셨어요.

또한 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인지적인 활력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잎을 관찰하며, 향을 맡고, 물의 온도를 느끼는 이 모든 과정은 마음과 몸을 동시에 깨우는 작업입니다. 저 같은 상담사는 이런 변화를 섬세히 관찰하며, 내담자의 감정 상태나 스트레스 지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개입을 하게 됩니다.

적용 분야: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나요?

원예심리치료는 의외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저희 공방은 주로 1:1 상담형 치료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엔 기업과의 협업으로 직장인 대상 힐링 원예 클래스, 청소년 진로체험 + 자기이해 프로그램, 그리고 중장년층의 정서관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병행하기도 하고, 복지기관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이나 치매 노인을 위한 비언어적 심리치료로 활용됩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죠.

제가 가장 감동했던 사례는, 60대 남성분이 우울증으로 6개월간 대인관계를 완전히 끊으셨다가 저희 원예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손주와의 소통을 회복하셨던 일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건 여자들 하는 거잖아”라고 하시던 분이, 일주일 만에 식물 이름을 외우고, 화분 앞에서 웃고 계셨어요.

원예심리치료는 단지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안의 ‘생명력’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경험입니다. 심리상담이 이성과 감정을 다루는 일이라면, 원예심리치료는 감각과 기억을 함께 일깨우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더 조용히, 그러나 더 깊게 일어납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작은 공방에서, 식물과 함께 마음을 돌보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삶이 조금 버거워졌다면, 가장 가까운 초록 식물 하나를 들여보세요. 거기서 회복의 시작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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